이장은 예초기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가을이 와도밤을 다 주울 때까지는 풀과의 전쟁이다. 가장 쓸모없는 것들이 생명력은 오지게도 질겨 고춧대가 찬바람에 시들때도 저 홀로 무성했다. 그가 풀을 베다 진저리칠 때면 너무글지 마라, 죽이는 니가 힘들겄냐, 죽는 쩌것들이 힘들겄냐, 양촌댁은 아들 편이 아니라 잡초 편을 들었다. 어머니 말이 옳기야 했다. 잡초도 가만 놔두면 고추나 가지처럼 적당히 크다 멈출 테지. 제대로 크지도 않았는데 싹둑잘라내니 어떻게든 살려고 기를 쓰는 것일 터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게 잡초의 운명이고 자나 깨나 잡초를베어야 하는 건 농부인 그의 운명이다. - 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