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얼마 뒤,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의 힘겨운 정차 소리에 이런 생각조차 한순간 파도의 거품이 되어 사그라들자,
신기하게도 노트 위 희미하게 남아있는 자국들이 점차 만져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기억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손끝으로 더듬어 보는 것이라고 했던가.
물론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기억을 되새겨 보는 일에서 그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 사이 내 어깨위로 더 많은 시간들이 들러붙어, 분명 전보다도 깊은 발자국을 낼 것을 안다.
그러니 나는 누군가 한 번쯤 그 발자국을 따라 걷고, 그해변의 끝에서 당시의 우리를 만나길. 또, 오랜 포옹을 나누고 조금이나마 온기를 나눠 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며이 글을 다시 한번 옮겨 적으려 한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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