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혜는 그제야자신이 저질러온 일들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떨어진 사과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농장 아저씨가 대체무슨 일이냐고 놀라 헐레벌떡 달려왔다. 다른 관광객들이 돌아가고도 오경혜는 농장을 나서지 못했고, 착한 농장 아저씨부부는 오경혜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경혜는 처음으로 모든 말들을 남김없이 다 할 수 있었다. 농장 부부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오경혜에게말했다. 자연의 품에 기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땅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사과를 한아름 들고 농장을 나온 오경혜는 앞으로도 사과는영원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농장 부부처럼 작물을 심으며 매번 새로이 피어나는 것들을 보면서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끌고 온 빛들에다가 청창농 대출까지 끌어서 태봉읍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와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피어날 용기는 없었다. 그녀는여기서 뭔가가 되어야만 했다. -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