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을 읽다 보면 톨킨이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처럼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었습니다. 친구와 지인은 또 얼마나 잃었나 모릅니다. 그 어두운시기를 겪으며 어두운 작업실에 홀로 앉아 <반지의 제왕>을쓸 수밖에 없었던 톨킨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그토록 어둡지만 끝끝내 희망을 향해 전진하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던 톨킨의 심경을 우리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희망이 있어서 희망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희망이 없어서, 희망의존재를 믿을 수가 없어서, 기어이 희망으로 나아가는 연약한존재들의 이야기를 써야만 겨우 희망을 희망할 수 있었던 것아닐까요? 이야기에 기대서라도 희망의 여린 잎을 틔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이야기가 아니라면 희망의 존재조차 상상하기 힘들었을 테니까요. 톨킨처럼, 아고타 크리스토프도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 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