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나이, 얼굴 하나 모르는 나를
‘우리‘라는 새 울타리 안에다 넣어줄 수 있는지.
꿈, 사랑, 희망 아무것도 갖지 못한 내게 아무런대가 없이 ‘함께‘를 기약해 줄 수 있는지.
그렇게 함께한다면 ‘우리‘는 죽고 싶은 이유를 죽이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살릴 수 있을지.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 세상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엄마가 살기 위해 집을 떠난 것처럼 내가 살기 위한 방법이 언젠가나타날 거라 스스로를 위로해 왔다. 그 언젠가가 지금이라면? 그 방법이 ‘자몽살구클럽‘의 부원이 되는 거라면?
얇은 종이 한 장에 매달린 두터운 동질감이혈관을 뚫고 들어와 나의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결심 직전의 존재에게만 보이는 증상들이 내게도 보였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낯짝이 뜨거워지고,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선이 땀으로 젖어가고, 열 손가락 열 발가락이 밟힌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