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죄책감과 동정심을 어떻게 설계하고 통제할 것인가?"
조조가 정말로 백성들을 위했고, 전쟁을 빨리 끝내서 모두가 평화를 누리길 바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긴박했던 건 ‘내 군대가 굶주리면 끝장난다‘는 현실이다. 그가 취한 전략은 폭력이 아니라 ‘도덕적 딜레마‘를 심는 것이었다. 백성들에게 "너희가 선량한 사람이라면, 당연히돕지 않겠느냐"라는 의무감을 부여해, 스스로 곡식을 바치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된다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런 심리 기법이 무서운 건, 사람들이 ‘왜 꼭 우리가 바쳐야 하지?"라는 본질적 질문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미 죄책감과 동정심이 뇌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이 생각의 틀이 너무 거대해져 버린다. 이후에는 ‘그래, 다들 힘든데 나도 도와야지‘라는 결론이 거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막상 곡식을 내주고 나면, ‘내가 착한 일을했다‘라고 믿으며 자기 선택을 합리화한다. -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