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990년대에 송지나 작가의 비극 <모래시계가 있었다면, 고대 그리스에는 소포클레스 작가의 비극 <안티고네 Antigone)가 있다. 반원형 극장에서 공연되던 고대 그리스의 비극은 그리스의 국민 드라마였다. 모두 같은 이야기를 보면서 같은 감정 상태가 됐을 거고, 그렇게 아테네가 결속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민 드라마는 집마다 TV가 없었다면 만들어질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의 국민 드라마 4대 비극은 반원형 극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문학 연구가 브라이언보이드는 이야기는 사회에 대한 친밀감을 유도하고, 사회의 규모를 확장한다."라고 말했다. 반원형 극장은 이야기를 동시에 듣고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건축물이다. 해 질 녘에 아크로폴리스 아래 언덕에 만들어진 극장에 앉으면 자신들이 사는 도시가 무대 배경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으며 아테네 시민들은 하나가 되었다. 우리가 저녁 시간에 방영하는 공중파TV 속 드라마를 보면서 한마음이 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메르 문명이 지구라트 신전으로 한마음이 되었다면, 아테네 시민은
‘파르테논 신전‘과 반원형 극장이라는 두 가지 공간의 도구를 가지고 있었기에 하나 되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반원형 극장은 민주주의 시민 사회를 완성한 건축물이다. - P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