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할머니가 통화를 끝내자 비로소 훌쩍훌쩍울기 시작했는데, 쫑이에 대한 미안함이나 안쓰러움보다는 자신의 실수와 잘못이, 그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더 컸다고다. 나는 그때 왜 미안해하지 않고 억울해했을까? 아빠는 살면서 그 말을 자주 떠올렸다고 한다. 미안한 것과 억울한 것을 뒤섞지 말 것. 나와 시현을 키울 때도, 공장에서 동료들과 일하고투쟁할 때도, 아빠는 자주 그 말을 생각했고, 또 주문처럼 입안에서 중얼거리기도 했다. 아빠에겐 그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했다. -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