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인 나는 이 광대한 자연의 힘과 질서를 어쩔 수없이 신과 인간의 자리에서 묵상하곤 했다. 빛에 반짝이는 유빙들을 보거나 잠시 얼음이 풀린 틈을 타 되살아난풀과 이끼 그리고 이제 솜털을 거의 벗은 펭귄을 볼 때마다 나라는 피조물의 자리도 오롯이 드러났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남극의 자연은 나를 낮추고 자연의 질서 안에머물며 늘 숭고하게 했다. 압도적인 경외와 종교적 매혹, 두려운 감동이 뒤섞인 누미노제Numinose의 경험이 남극에는 있었다. -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