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극 일기》에서 스콧은 바람에 새파랗게 깎인 요철 구간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대체로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서 내일은 나으리라는 낙관으로 끝난다. 날짜를 지우면 스콧의 기록은 이 시대와 다를 것이 없다. 남극은 여전히 아름답고 경이롭고 두려운 곳이다. 스콧은절친한 친구인 J. M. 베리에게 죽음 따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계획했던 소박한 즐거움들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다고 말한다. 스콧이 사용한 ‘소박한‘이라는 말에서 그가 끝까지 그리워한 것들을 그려볼 수 있다. 편지의 수신자인 베리는 우리가 잘 아는 ‘피터팬‘ 시리즈의 작가로 그는 스콧의 일기를 정리해 출판함으로써 친구의 마지막을 기렸다. -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