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부모님 간병이나 수술로 형제끼리 돈 갹출할 일이 생기는데, 똑같은 상황이라도 내살림이 빠듯하면 ‘형은 왜 그거밖에 안 내지?‘라고 생각하게되는 게 인간인 것 같다고. 반대로 내 상황이 좀 여유 있으면 ‘그럴 수도 있지‘ 자연스레 넘어가지더라고 했다. 자기가 원하는 건 큰 성공이나 호사까진 아니어도 살면서 그런 순간이 왔을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다들 너무 소박한데? 더 솔직한 거 없어?
활달하고 사람 좋은 박과장이 우동에 고춧가루 풀듯 분위기를 맵게 띄웠다. 그러자 한 신입이 "어차피 우리는 열심히 일해도 부모보다 못살 세대잖아요?"라고 했고 몇몇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걸, 십여 년 전 같이 입사한 동기들 중에서 비교적 ‘서민 출신인데다 ‘입신양명‘형에속하는 기태가 조용히 반론을 제기했다.
-그 ‘부모보다 못살‘이라 할 때 그 부모 좀 가져봤으면 좋겠네요, 나는.
순간 기태 쪽 테이블의 분위기가 조금 싸해졌다.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