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작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노란등 아래서 은은한 형광녹색으로 빛나는 잔디며 더도 덜도 없이 딱 그 자리에 있어 풍경을 미적으로 만드는 수목이 근사해서였다. 더도 덜도 아닌 적절함.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나도무수한 시안을 버려봐서 알았다. 힘겹게 만든다 한들 반드시채택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잔디 위 널돌을 밟고 안으로 더깊숙이 들어가자 일층짜리 단정한 목조 주택이 자태를 드러냈다. 더운 나라 건물답게 시원하고 개방적인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돈이 아니라 감으로 꾸민 집. 것도 단순한 감이 아니라 훈련된 미감으로 꾸린 데란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오랜시간 햇빛과 바람, 빗물에 색이 바래 순한 나뭇결을 드러낸 문틀과 창틀, 고상하되 전혀 기름진 티가 나지 않는 담박한 그릇장, 세간의 배치와 배색, 그럴 리야 없겠지만 투숙객이 혹 초록에 물릴까 다홍과 주홍을 살짝 섞은 간이 화단까지 모든 게적절했다. 주위를 둘러보다 결국 어떤 공간을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낡음‘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 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