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이라면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는 성격 때문에얼리어댑터라는 소리도 들었다. 평생 남보다 뭘 먼저 하려고노력한 적은 없었다. 전에 못 보던 것이 보이길래 이건 뭐지싶어 재미로 해보다가 그냥 계속하게 된 것들이었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할 때도, 요리를 시작할 때도,
노트에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도, 처음 몇 년은모두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신은 나에게 집중력을 주지는 않으셨지만 대신 태평한 마음을 주셨던 것 같다. 지금은이래도 오 년, 십 년이 지나면 그럭저럭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는 마음. 나에게는 그 마음이 있었고, 참으로 다행하게도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때까지 참고 기다려준 사람들이 내곁에 있었다. 문청 시절의 어설픈 습작 소설을 읽고 평해준친구가 있었고, 실패한 요리를 참고 먹어준 아내가 있었고,
못 그린 그림도 "특이하다, 계속 그려보라"며 격려해준만화가 친구도 있었다. -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