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언어는 자아를 보여준다. 윤석열의 정신세계를 파악하는 데는 취임사만큼 좋은 게 없다. 여러국가기념일 기념사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KBS의 신년다큐 내용과 언론이 보도한 용핵관의 전언에 따르면 연설 비서관은 받아쓰기 말고는 한 일이 없다. 엽기적이다. 어느 대통령도 연설문이나 기념사를 그런 식으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비판하고 자유를 강조한 것을두고 논리의 앞뒤가 없다거나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나왔지만 나는 달리 본다. 윤석열이 그렇게 옳은 말을 한 경우는 없었다. 우선 현실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했다. ‘코로나19대유행, 기후변화, 교역질서와 공급망의 재편, 식량·에너지부족, 무력분쟁 등이 중요한 글로벌 난제라는 데 누가 동의하지 않겠는가. ‘초 저성장, 실업, 양극화‘로 개별 국민국가들이내부 위기에 빠졌다는 인식 역시 적확했다. 그 정도는 누구나다 안다고? 맞다.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을 대통령이 모른다면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 -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