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오늘 말고 다음에요."
명은 여전히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언제 만나든 항상 오늘 만나는 거예요. 우리가 다음에 만난다 해도 그날이 되면 또 오늘이에요. 내일은영원히 오지 않아요. 같이 가요."
태주도 명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말한 장난스러운내용뿐 아니라 그녀가 말하는 방식이, 그러니까 짐짓 심각한표정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농담을 하는 묘한 부조화가 마음에들었던 것이다.
재하가 태주의 팔을 붙잡고 걸음을 옮겼다. 다른 쪽 팔은 명이 잡았다. 두 사람이 납치라도 하듯이 태주의 두 팔을 하나씩낚아챘다. 그런 상황이 재미있는지 명은 활짝 웃었다. 청록색롱스커트의 갈라진 틈으로 명의 희고 늘씬한 다리 선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순간 태주는 행복 비슷한 것을 느꼈다.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