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 내 맘대로 시간을 쓰고 싶다는 내 말에, 후배는 그럼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겹도록 책만 읽고 싶어"라고 말했다. 후배는 그런 대답을 하는나를 지겹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다른 대답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책만 읽어도 괜찮은 시간을 살고 싶다는 그 소원이 이런 공간 속에서 이뤄지기를 바란 적은 없다. 너무 과한 걸인생에 요구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어쩌다 나는이곳에서 지겹도록 책만 읽어도 좋을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좋아하는 것 앞에 ‘지겹다‘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는 호사가어찌하여 내 것이 됐단 말인가. 나는 하늘색 구름 같은 질감의꿈속에서 마음껏 뒹굴었다. 마음껏 점프했다. 한참이 지나 다시 유리 천장으로 빛이 들어올 때, 나는 책을 덮고 도서관을 나섰다. 비 온 뒤 말간 세상을 말간 마음으로 걸었다.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았다. 부러움 한 톨 깃들 여지없는 말간 마음이었다. 물론 이건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난 후의 이야기지만.
시간은 봄처럼 야속하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슬퍼할 시간은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여전히 수많은 처음이 우리를기다리고 있을 테니.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