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아니,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차,
치즈, 와인, 루콜라, 낯선 식재료, 공연, 미술관, 오래도록 원하던 걸 하나씩 이루는데 이상하게 기쁨이 지나간 자리엔 허무함이 자꾸 맴돌았다. 예상치 못한 방문객을 마주하고 앉았다.
무슨 일이신가요. / 저는 허무입니다. / 무슨 일이시냐고요.
/제가 왜 왔는지 모르시나요. / 난감하네요. 그쪽을 기대하지않았거든요. 하지만 제가 와버렸고, 그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 허무가 찾아오다니, 무슨 의미일까요. / 저는 텅 비었고,
그래서 허무입니다. / 왜 텅 비어 있나요. / 저는 텅 비어 있으므로 어떤 답도 없습니다. / ・・・・・・ 결국 스스로 답을 찾으란 이야기네요. -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