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라이프 2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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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 날 밤 그는 그렇게 했다. 윌럼이 침대에 눕자마자, 그는 이불 밑에서 재빨리 옷을 벗은 다음 옆으로 돌아누워등을 윌럼 쪽으로 돌렸다. 그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지만, 윌럼이 그의 등, 정확히 어깻죽지 사이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수치심으로 몸을 움츠린 채, 몇 년 동안 해본 적 없는 쓰라리고 울분에 찬 울음을 토해냈다. 계속해서 케일럽과의 그날 밤, 그가 그렇게 심하게 노출되었던 그 마지막순간, 이렇게 심하게 울었던 마지막 순간이 생각났다. 자기가왜 이렇게 동요하는지 윌럼은 조금밖에 짐작하지 못하리라는걸, 지금 이 순간의 수치심-옷을 벗는 것,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맡긴다는 것이 자기가 드러냈던 것에 대한 수치심만큼이나 크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말 자체보다 어조로 윌럼이 다정하게 달래주고 있다는 걸,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면서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마음이 너무 괴로워 윌럼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욕실에 가서 자해를 하려고 침대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윌럼이 그를 잡아 너무 꼭 껴안는 바람에 움직일 수가 없었고, 결국에는 어느 정도 진정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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