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방‘에 모인 남자들은 야릇한 흥분을 온몸으로 만끽하듯 팔걸이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있다.
주변은 천장에서 바닥, 창문과 문까지 예외 없이 새빨간장막으로 뒤덮여 있다. 비단 양탄자 위에 있는 위풍당당한마호가니 원탁에도 진홍색 식탁보가 깔렸고, 원탁을 둘러싼 일곱 개의 팔걸이의자 역시 뚝뚝 떨어지는 정맥혈에 물든것 같은 암적색 벨벳으로 싸여 있다.
의자에 앉은 일곱 명의 남자 중 어떤 사람은 이마에 손을얹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충혈된 눈을 흐리멍덩하게 뜬 채여운에 잠겨 있다. 그중 한 명이 한숨을 내쉬자 원탁 가운데에 놓인 바다 신의 삼지창 같은 촛대 양초의 붉은 불꽃이바닷속 다시마처럼 하늘하늘 춤췄고, 그에 맞춰 장막의 자글자글한 주름 위에 투영된 일곱 그림자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는 모습이 2차원 세계를 거부하는 그림자 사나이들이 괴로워서 발버둥을 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