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소년은 모퉁이를 돌아 자취를 감췄다. 뭐야, 친구가 있었군. 나는 왠지 안심했다. 꼭 부모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우리 둘 사이의 절정기였다. 세이야와나 사이에는 언어를 뛰어넘는 의사소통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나는 눈치채고 말았다. 언덕길을 오르는 것처럼조금씩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순식간에 세계가 180도 뒤바뀌었다. 그리고 한 번 깨달아 버린 이상 더는 예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었다. -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