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 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청년기에 들끓던 욕망과충동, 번민이 다소 잦아드는 게 무엇보다 좋다. ‘슈퍼에고‘는 아직 멀쩡한 반면 ‘이드‘가 힘이 좀 빠진 것이다. 예전보다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여유 있게 사람을 대할 수 있다. 나쁜 건 여기저기 몸이 고장 난다는 점이다. 뱃살이 찌고 원시가 오는 정도는 괜찮다.
운동을 좀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세탁소에 맡겨 바지허리를 늘리고 돋보기를 끼면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 치주염이 와서 어금니를 하나 잃었다. 원래 있던 무엇이 없어지는 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다. 관절이 삐걱거려서 좋아하는 축구를 하기가 겁이 난다. 다행히 콜레스테롤 수치나 혈압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들 그런 것처럼 암이란 놈도 걱정이다. 암세포도 내 몸의 일부인 만큼 비위를 잘 맞춰서 저 혼자 성을 내자라나지 않도록 달래는 수밖에 없다. - P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