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귤밭에 나타난 뱀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뱀이라고 놀라서 소리치는 사람에게 밧줄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섣불리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고통받는 사람에게 그 고통이생각이 지어낸 허상임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기쁨으로 가득하게될 것이라고 함부로 충고해서는 안 된다. 밧줄이 어떻게 무서운혀를 날름거리냐는 말이 옳다.
물론 생각은 때로 맹독 가진 뱀과 같아서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음의 병으로 입안이 헐 정도로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지금 고통받고 있음은 단순히 생각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의문제이다.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