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히 김명숙 화가의 표지그림에 매료되었는데, 그가 폐교된 시골 초등학교로 출퇴근하며 그리는 그림은 이렇게 묘사된다. "두려움에 시달리며 제 몸과 정신을 갉아대며 그린 그런 그림이라 그 정신과 노동과 결사적인 몸부림을 받아내야만 하는 종이는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 보이며 작가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 구절을 여러 번 읽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가고 또 언젠가는 소멸될 수도 있는 종이 한 장. 그 위에 자신의 전 세계를 옮겨놓는다는 것. 어떤 위태롭고 아름다운 경지를 본 느낌이었다. - P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