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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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술이 삶을 장식해주는 형용사라면 커피는삶을 움직여주는 동사다. 원두를 갈면 하루가 시작되고페달을 밟으면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디카페인커피를 마시면 하루가 끝난다. 형용사는 소중하지만, 동사는 필요하다. 여행에서도 그랬다. 오로라를 보던 압도적인 순간이나 유빙에 둘러싸였던 꿈결 같은 순간에는 늘 한두 잔의 술이 함께하며 찬란한 빛을 더해주었지만, 그런 순간들 뒤에는 아침마다 마주하는 이국의 낯선 공기를 좀 더편안하고 친밀한 무엇으로 바꾸어주며 차분하게 하루의 모험을 계획하게 만들었던 한두 잔의 커피가 있었다.
아무리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냈더라도 아침에 마실 맛있는 커피를 생각하면 그래도 내일을 다시 살아볼 조그만 기대가 생기고, 여전히 엉망진창인 하루를 보내다가도 저녁에 자전거를 탄 뒤 마실 끝내주는 커피를 생각하면 아주 망한 날만은 아닐 것 같은 조그만 위안이 생긴다. 오늘도 이렇게 무사히 원두를 갈고 있는 한, 나는 괜찮을 것이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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