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브라운밀러와 영지 선생님의 말은, 마음대로누구를 때리라는 뜻이 아니다. 폭력을 옹호하고 선동하는 것도 아니다. 문명의 선을 지키며 살되, 저 선을 넘어버린 누군가가 폭력을 행사할 때, 공포와 억압에 가로막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 말라는 뜻이다. 은희는 왜 맞서 싸우려 생각하지 못했을까? 또 나는 그전까지 왜 맞서 싸울 생각도 못 한 걸까? 큰소리 내면 안 돼,
때리면 안 돼, 싸움은 나빠, 여자가 나대고 과격하면 못써, 여자는 어차피 지게 되어 있어, 같은 것들만 잔뜩 배우고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만 도가트느라, 고함치고 때리고 맞는 원초적 싸움에서 나를 주체로 놓아보지 못한 것이다. -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