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온갖 나쁜 것들이빠져나왔대. 근데 거기 희망은 왜 있었을까. 희망은 왜 나쁜 것을 모아두는 그 항아리 안에 있었을까. 이 얘기를 담에게 꼭 해주고 싶었는데 해주지도 못하고 나는 죽었다. 희망은 해롭다.
그것은 미래니까. 잡을 수 없으니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끌어들이니까. 욕심을 만드니까 신기루 같은 거니까. 이 말을 왜해주고 싶었냐면, 나는 아무 희망 없이 살면서도 끝까지, 죽는순간에도 어떻게든 살고 싶었는데, 그건 바로 담이 너 때문에, 희망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었지만 너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가 않아서, 죽음은 너 없는 세상이고 그래서 나는 정말 죽고싶지 않았어. -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