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다. 나는 이 역시 단박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둠에 대해 자꾸 물었다. 나도 이모처럼 이해하고 싶었으니까. 끈기 있게 대답을 해주던 이모는 결국 화를 냈고 나는 울었다. 울면서도 모르는 게 죄냐고 물었다. 이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이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대들었다.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그건 영영 모르는 게 되잖아!
이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
잠시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아마 그때 이모와 나는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할아버지생각. 우리에게 죽음이란 바로 할아버지. 이모는 한숨을 쉬며말을 말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말을 하고 싶었다. 이모와말하는 게 나의 유일한 놀이이자 사랑표현이었으니까. -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