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부탁해 소설x만화 : 보이는 이야기
박서련 지음, 정영롱 만화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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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제사음식은 주로 내가 먹는다. 냉장고에서 꺼낸 그대로 밥의 온기에 녹여가면서, 혹은 나물만 따로 꺼내 비빔밥을만들어 먹기도 한다. 보통은 제사가 끝나면 의뢰인 가족이 드실 수 있게 잘 담아두고 나오지만, 전날처럼 제사음식을 못먹는 종교인 고객의 경우는 별수없다. 의외로 자주 음식이 남는지라 기부할 만한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기도 했는데 시설에 기부하기에는 양이 애매하다고 하고, 남의 집 제사음식이라며 꺼림칙해하는 경우도 많아 그냥 속 편히 내가 처리하는것으로 정했다. 아무렴 멀쩡한 음식인데 버리는 것보다는 낫고 말고. 예전에는 제사상에 올라가는 밥과 찬이 예사 음식보다 나아서 제삿날이 모처럼 좋은 걸 먹는 날이었다고도 하는데. 제사 때문에 마련한 좋은 음식을 이웃과 나누는 것 역시 자연스러웠을 테니, 제사는 일종의 잔치 같은 역할도 하지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제사음식을 꾸역꾸역 처리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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