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쉬운 일이고, 쉬운 일이어서 나는 자주 미워했다. 전철역에서 앞서 걸으며 반 이상 남은 아이스 음료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을 미워했고, ‘보리를 밟지 마세요‘라는 표지판이버젓이 세워진 청보리밭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보리를 밟고 서있는 사람들을 미워했으며, 비행기 바퀴가 멈추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캐리어를 꺼내다가 내 어깨를치는 사람을 미워했고, 산책로를 걷다가 회양목 울타리사이에 꼬깃꼬깃 과자 봉지를 쑤셔 넣어둔 사람을 미워했다.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