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게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이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이미 읽은 책을 한 번 더 읽는 시간.
여러 곳에 가는 것보다 한 장소에 제대로 머무르는 일.
거기 좋았잖아, 또 가보자,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좋다. 다시 가서 다시 좋아하는 일이 좋다. 읽었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다른 곳에 밑줄을 긋고, 이전엔 발견하지 못했던문장을 발견하는 일이 좋다. 그런 독서는 꼭 천천히 하는 식사 같다.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밥을 물에 말아 급하게 넘기는 게 아니라, 한 숟갈을 제대로 뜨고 천천히 꼭꼭 씹어 삼키는 식사. 그럴 때에야 비로소 이 책에서 느낀 것들을 내것으로 소화시키는 기분이 든다. -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