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숲의필요성을 잘 아는 나무들은 공평한 분배와 정의를 매우 중요시한다. 아헨 공과대학의 바네사 부르셰Vanessa Bursche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너도밤나무 숲에서 광합성과 관련하여 매우 특별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모든 나무가 동일한 성과를 올리도록나무들이 서로서로 보폭을 맞추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로 당연한 사실이 아니다. 실로 매우 놀랄 만한 사건이다. 모든 너도밤나무의 위치는 제각각이다. 다시 말해 너도밤나무가 서 있는자리가 돌이 많은 땅일 수도 있고 부드러운 흙일 수도 있다. 물이 많을 수도, 물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영양분이 풍부할 수도, 정말로 황폐한 땅일 수도 있다. 불과 몇 미터 차이를 두고도 성장 조건이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당연히 조건에 따라 성장 속도도 달라질 것이며 만들어 내는 당분이나 목질의양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사실을 생각한다면 앞의 연구 결과는 더더욱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무의 굵기는 달라도 모든너도밤나무 동료들의 잎이 빛을 이용하여 생산하는 당의 양은비슷비슷하다. 이런 균형과 조절은 지하에서 뿌리를 통해 일어난다. 그곳에서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 많이 가진 자는 주고, 가난한 자는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 균류들 또한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원활한 분배를 돕는다. 인간 사회의 복지 시스템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사회의 개별 구성원들이 너무 깊은나락으로 추락하지는 않도록 막아주는 사회 안전망 말이다.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