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의 판단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지만, 선택과 세월과 환경이 사람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어놓더냐. (……)예부터 우리는 뜻이 굳으면 환경 따위는 문제가 안 된다고 들어왔지만 그 말을 믿지 말거라. 환경이야말로 우리의 마음과, 그리고 영혼까지도 주무를 수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해방을 맞이한1945년 아버지 우영은 아들 진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글을 적어 보냅니다. 환경, 1927년 세계 여행에 앞서 ‘모든 탈을 벗고 펄펄 놀고 싶었다며 ‘환경‘이 그리 만들었다고 토로한 혜석의 글이 오버랩되는 건왜일까요. 이혼 후 평생 한 번도 자식들에게 혜석에 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던 우영. 시간이 흘러 60대 노인이 된 그는 새 아내 양한나가운영하던 자매여숙을 열심히 도왔다고 합니다. 오갈 곳 없는 여인들과고아들을 먹이고 재워주며 안전하게 보살펴주던 그곳을. -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