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난 이 책이 무슨 책인지 어떤 장르의 책인지도 모르고 선택했다. 전혀 모르는 작가에다가 제목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으나 한동안 상위권 순위에 있길래 요즘 유행하는 책인가 보다. 시간 되면 한 번 읽어나 볼까 생각했었다. 


2022년 결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고 있어서 이 책 뭔가가 있구나 하고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 소개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이 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다. 


리커버판으로 출간되어 표지도 번쩍 번쩍 멋지고 중간 중간 삽화도 멋지고, 뭔가 분위기가 기괴한데~기예르모 델토로 느낌이 물씬나는 삽화를 엽서로 선물로 줘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첫 챕터부터 덜컥 걸리고 말았다. 끝없는 주석들...뒤에 무슨 논문 처럼 주석이 한가득이었다. 요즘은 소설을 아주 특이하게 쓰는구나 했다. 실존하는 책을 주석으로 쓰는 소설이라 특이하네. 그러면서 읽었다. 그런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책이었다. 숙제처럼 하루에 한 챕터씩 읽었다. 중간 정도 읽었는데, '나'라는 화자와 아버지, 그리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관계가 너무 이상했다. 이건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가 그러면서 뭔가 내가 잘못 읽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면서 읽기를 잠깐 멈추고 인터넷에서 한 블로그에 감상문을 읽었다. 초반 감상문은 나와 생각이 비슷하게 이게 뭔 얘기야 하면서 읽다가 중간부터 뭔가 달라진다는 거다. 앗...이 글 다 읽으면 스포 당하겠구나 싶어서 읽던 글을 멈추고 다시 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데이비스 스타 조던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히는데, 이건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게 있는 것 같은 찝찝함...11 챕터까지 읽고, 다시 이번에는 유튜브를 검색했더니 이동진이 이 책에 대해 설명한 영상이 있었다. 이 책에 대한 장르와 작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니...아뿔사 이 책은 소설이 아니었던 거다. 전기, 회고록...작가는 과학전문기자이고.. 이 글은 논픽션글이라는 사실... 사실 난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한 내용을 읽었다. 그런데...다른 정보는 건성으로 읽고, 마지막에 이 책은 삶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는 내용만 머릿속에 남아 이 책을 나는 소설이라고 찰떡같이 믿고 읽었던 거다. 이동진이 영상에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챕터라고 해서, 다시 영상 보기를 멈추고 책읽기로 돌아왔다. 


이 책은 실제 과학자의 이야기이며, 우생학에 대한 비판이며, 룰루 밀러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다. 


별을 사랑한 과학자가 별을 포기하고 우주를 얻었듯이, 룰루 밀러는 물고기를 포기하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한다. 


나는 과연 물고기를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한다. 나의 잘못된 믿음이나 신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한다. 난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모든 요소를 소설에 맞춰 생각하려 했다. 뭔가 좀 이상하고 삐걱거려도 새롭게 나타난 형식의 소설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또 엄청난 깨달음도 있었다. 내가 소설-허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파악하지 못했던 내용을 알게 되고, 왜 사람들이 이 책을 2022년에 손꼽히는 책이라고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런 오류가 어찌 책읽기뿐이겠는가?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인생에서도 물고기를 포기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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