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삶이란 것이 원래 불공평한 것 아닌가. 나는 어머니와 똑같이 목이 찢겨 그녀의 곁에풀썩 쓰러지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결국 오늘에서야 모든 일이 벌어졌다. 내 손에 들린 과도엔 이제 아버지의 피와 어머니의 피가 섞여 들었다. 우리는 가족이니. 그래, 가족이니 이제 내 피까지 섞인다면 우리는 과도 안에서 다시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기가 싫었다. 죽어서까지 피가 섞이는 건 싫었다. 그래서 새 칼을 꺼냈다. 과도보다 큰식칼이었다. 과도보다 더 잘, 한 번에 썰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어머니와 아버지를 과도 안에 함께 살게한 것이 뒤늦게 죄송해졌다. 어머니는 죽은 뒤에도자신을 찌른 흉기 안에서 아버지와 함께인 것이다.
각자 다 다른 칼에 살았어야 되는데. 나는 후회를했다. 어머니, 죄송해요. -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