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여기를 떠날 거라고 생각해요?"
지수 씨는 하루의 질문에 갑자기 멍해졌다가,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지수 씨에게서 늘 발산되던 어떤강인함이 사라진 것 같다고, 지금 그는 약하고 슬퍼 보인다고 느꼈다.
"떠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만약의 경우를 이야기하는거지. 이 덩굴은 바깥에 지금 이곳과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야. 우리가 혹시 이곳을 더 지킬 수 없게 되더라도, 이게 있으면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 수 있어."
나는 지수 씨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자꾸 이곳을 떠나는 상황을 가정했던 이유도, 나에게 분해제 만드는 법을가르쳐준 이유도 이제 알 것 같았다. 지수 씨는 이 풍경을 보면서 동시에 이 풍경의 끝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에겐 여기 하나면 충분한데요.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곳,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의미 없는걸요." -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