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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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는 안개가 참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안개라는 건 대기 중에 뿌옇고 습한 것인 동시에 상대의 진심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가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인공 눈물로 눈을 닦아 보아도 소용이 없지요. 안개는 눈이 아니라 마음 위에 드리워진 것이니까요. 살면서 두텁게 쌓아 올린 편견을 나만의 지혜로 착각하며세상을 이것과 저것 둘 중 하나로 판단하는 사람이 누군가가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혹은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을 때. 상대방은 얼마나 무력하고 외로울까요. 심지어 그들이 사랑하는 사이라면 말입니다.
마음 위에 안개를 걷어내고 밝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볼수 있는 지혜, 그렇게 편견 없는 가슴으로 상대를 품을수 있는 용기. 꼿꼿하고 바른 자세로 살아간다는 건 단지 어깨를 펴고 허리를 바로 세운다는 게 아니라 바로그런 용기와 지혜를 실행하는 삶일 겁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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