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행은 뭐랄까, 당황스러운 선물 같다. 이를테면 인도 문화에 심취한 친구가 동묘 시장에서 사다준 거대한 코끼리 조각상 같은 날 위해 준비했다니일단 고맙게 받긴 했지만 그래서 도대체 이걸로 뭘해야 할지 모르겠고, 우리 집엔 이걸 놓을 만한 공간도 없고, 내가 동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코끼리 조각상을 집에 들여놓고 아침저녁으로쓰다듬을 정도까지는 아닌데…………. 다 떠나서 집까지 들고 가기에 그 망할 코끼리는 너무 무겁다. 여행이란 게 내게는 그렇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담스럽지만 싫다고 말하기는 왠지 눈치가 보인다.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