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 냄새 풍기고 가삐리드니, 이제 여그 다 잊은 거가?"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청각장애가 있는 나는 나대로, 안들리는 귀로 통화하며 각자 할 말만 소리소리 질렀다. 어쨌든서로 건강하라는 말을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원망 섞인 할머니 목소리가 귓속에 맴돌아 한달음에 평창으로 달려갔다. 내 집 놔두고 할머니 집으로 간 나는 할머니와 한 이불덮고 아랫목에서 자고, 할아버지는 윗목에서 혼자 주무셨다.
왁자한 밤이다. 몸 좋아지면 다시 와 살 거라고, 집 팔지 않겠다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