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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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자, 담을 넘자, 여러 의견이 나왔다. 다가올 죽음‘을 예감하고 기계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던 그 전투용 휴머노이드들의 모습에 강한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에너지가 바닥날 때가 되면 다급하게 충전을 원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에너지가 방전되면 먼저 움직임이 멈추고, 움직임이 오래 멈추면 몸속의 ‘대사‘도 중단되고, 곧 진짜 ‘죽음‘을 피할 수없게 된다. 따라서 이들이 에너지가 방전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필사적으로 충전할 곳을 찾아다니도록 만든 것은 당연했다. 그것은 인간이 심한 굶주림이나 갈증으로 위기감을 느낄 때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시야는 좁아지고, 마음은 급해지며, 극단적으로 이기적인행동을 한다. 언젠가 나는, 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누군가에게공격을 당하지 않는 이상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글을읽은 적이 있다. 동물은 죽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에, 다만자기의 기력이 쇠잔해짐을 느끼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잠이 들 듯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종과는 달리 인간만은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죽음 이후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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