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런던 스케치 : 별 둘
- "다섯째 아이"를 쓴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이다. 다섯째 아이를 읽고 나서 워낙 인상이 강렬했던 지라 이번에도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다. 지나칠 정도로 객관적이고, 냉소적이고, 사실적이다. 게다가 가벼운 에세이에 가깝다고 할까. 소설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마치 도리스 레싱 자신이 런던에서 겪거나 들은 일들을 단편적으로 정리해놓은 것 같다. 순서에 상관없이. 줄거리조차 없이 단순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한 듯한 느낌의 단편도 있었다. 색다르긴 했지만 "다섯째 아이"와 같은 긴장감을 맛볼 수 없어서. 실망. 읽기엔 다소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개 중에 마치 장편의 서막을 따온 것 같은 단편도 있었는데, <줄리와 데비>, 이야기가 시작되자 마자 끝난 느낌이었다. 나랑 코드가 맞는 것들도 몇 있었지만, 몇은 좀 버거웟다.
여담으로, 지하철 통근길에 읽기는 정말 좋은 듯. 짧은 게 단편이지만 이 단편집엔 정말 짧은(!강조) 단편들이 다수 있어서 지하철에서 읽기 안성맞춤.
2. 눈뜬자들의 도시 : 별 셋
-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눈먼자들의 도시>의 후속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입. 다만 <눈먼자들의 도시>의 후속편이라는 거 자체가 스포가 될지도. 사실 초반부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서 광고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거다. 물론 눈치빠른 독자들이야 여기저기 숨겨진 복선들로 추리를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광고때문에 읽는 재미가 반감되었다. 재미있고 잘 읽힌다.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눈먼자들은 다시 시력을 찾았고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같은 선거철, 그 도시에서 괴이한 일이 일어난다. 기권표(백지)가 엄청나게 나왔다는거. 재선거를 할 만큼.
진정한 <민주주의>와 권력, 국가의 존재, 그리고 개인의 정치적 신념 등에 대한 거짓말들만 가득한 세상. 누가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눈먼자들의 일부가 횡포를 일삼았지만, 눈뜬자들의 도시에서 일반 시민을 억압하는 건 오히려 국가고 정부이다.
소설의 전개는 <눈먼자들의 도시>에 비해 느리고, 긴장감도 적다. 그러나 끝까지 우리의 "의사부인"을 비롯한 주인공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또 이 도시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증에 책을 읽게 만든다. 결말은 비극이다. 어쩌면 그게 민주주의의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이익집단이 있고, 작은 이익집단보다 큰 이익집단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제도도, 법률도. 결국 가장 큰 이익집단은 한 국가의 "정부"이다. 정부의 횡포에 맞서는 시민들, 결론은 글쎄다. 우린 과연 어디까지 맞설 수 있을까.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까. 작년에 있었던 초유의 촛불집회부터 요즘 들썩이고 있는 미디어법 개정관련까지, 비단 소설만의 일은 아니다. 소설속 결말처럼 우리도 과연 <정부>에 맞설 수 있을까. 아니 그만한 힘은 있는 건지. ..
3. M의 천국 : 별 셋
-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라... 하지만 히로물은 아니다. 초능력을 가지면 한가지 데미지-마치 인어공주가 두다리 대신 목소릴 잃은 거처럼-를 지니게 된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가지고 있는 초능력들과 데미지의 궁합도 재기발랄. 5권까지 구입했는데 아불싸 완결이 아니다. 게다가 연재중단이라고 ㅠㅠ. 뒷이야기가 은근 궁금하다 . 게다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새로운 인물까지 등장해주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