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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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캐스린스토킷/문학동네/2011년08월29

★★★★★


표지에 ‘남부 짐 크로 법(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 1876년부터 1965년까지 시행되었다) 모음’이라고 쓰여 있다.나는 사각거리는 표지를 넘긴다.

 책자는 남부의 여러 주에서 유색인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단순히 열거한 것이다. 나는 첫 페이지를 훑으며 이것이 왜 여기 있는지 의아해한다. 이 책자는 위협적이지도 않고 우호적이지도 않다. 그저 사실을 열거한 것이다.

누구도 흑인 남자가 입원한 병동이나 병실에서 백인 여자에게 간호를 요구할 수 없다.

 백인이 백인 이외의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위법이다. 이 조항을 위반한 결혼은 무효다.

 유색인 이발사는 백인 여자나 소녀의 머리를 손질할 수 없다.

 백인 학교와 흑인 학교 간에는 책을 돌려 볼 수 없고, 처음 읽은 인종이 계속 본다.

우리를 갈라놓는 법이 얼마나 많은지 아연해져서 나는 총 스물 다섯 쪽 중 네 쪽을 내리 읽는다. 흑인과 백인은 분수도, 영화관도, 공중 화장실도, 야구장도, 전화박스도, 서커스도, 공유할 수 없다. 흑인은 나와 같은 약국에 가지 못하고 같은 창구에서 우표도 사지 못한다. 예전에 우리 가족이 콘스탄틴을 데리고 멤피스로 놀러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거의 빗물에 잠겼는데도 호텔에서 콘스탄틴을 들이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우리는 쉬지 않고 곧장 차를 몰아야 했다. 아무도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우리 모두 이런 법의 존재를 알면서 이곳에 살아가지만, 이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것을 활자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간이식당, 주 박람회, 당구장, 병원.47조는 모순된 내용이라서 두 번 읽어야 했다.

위원회는 모든 유색 인종 맹인의 교육용으로 분리된 땅에 분리된 건물을 마련해야 한다.

- p.294

멀대같은 큰 키에 번번한 데이트 한 번 못해보고, 독립해서 삶을 영위할 나이인 24살에도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백인여자인 유지니아는 스키터라는 별명으로 등장한다. 결혼한 친구들과는 달리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뉴욕에 있는 하퍼&로에 지원서를 넣고 그 곳의 편집장에서 온 편지를 받고 난 뒤 눈길을 끌만한 내용으로 책을 쓰고자 한다. 하지만 그녀에가 하는 일이라고는 연맹의 신문을 만드는 일, 지역신문사의 미스머나 라는 칼럼에 가사를 돕는 글을 쓰는게 전부였다. 미스머나 칼럼도 살림한 번 해보지 않은 그녀가 유색인가정부인 아이빌린의 도움으로 미스머나에게 보낸 편지에 답하는 것이 고작이다. 콘스탄틴이라는 흑인가정부와 유년시절을 보낸 스키터는 글의 주제를 ‘유색인 가정부가 백인가정에서 가정부일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색인의 인터뷰를 모아서 글을 써보기로 하고 유색인 가정부인 아이빌린에게 조심스레 접근한다. 하지만 유색인들은 자신들이 받는 차별과 무자비함에 치를 떨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백인에게 꺼내기를 두려워하거나, 경멸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아이빌린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스키터에게 건네고 다음으로 잭슨에게 가장 말대답 잘하기로 유명한, 음식솜씨가 아주 빼어난 미니, 그리고 유색인이지만 대학까지 나온 율메이까지 동참하기로 한다.

미니는 잭슨에서 가장 요리솜씨가 좋은 가정부이다. 힐리어머니를 돌보며 그녀의 집에서 음식을 만들고, 집안일을 돕지만, 어느날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 알고 보니 힐리가 그녀를 해고하고, 물건을 훔쳐간다는 누명을 씌워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없게 만들어 놨다. 그리고 힐리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에 와서 일하라 명령하지만 바른말잘하기로 자자한 그녀는 힐리의 말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에게 힐리는 자신이 다른 어디에도 고용되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꾸민게 화가 나서 아주 통쾌한 방법으로 그녀를 골려준다. 그리고 아이빌린의 도움으로 잭슨에서 좀 떨어진 샐리아의 집에서 가정부일을 맡아보게 된다.  

샐리아는 결혼 후 잭슨으로 온 순진한 시골아가씨였다. 가정부를 구하려해도 번번히 실패, 여성연ㅁ맹에 가입해서 여러 가지 일을 도루여 해도 연맹의 회장인 힐리의 방해로 그녀는 집안에만 오도카니 있을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미니가 가정부로 오면서 미니에게 요리를 배우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샐리아의 남편 조니는 힐리의 첫사랑이였다. 둘은 아주 오랫동안 교재를 하고 있었으나 조니가 대학을 다니면서 샐리아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힐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첫사랑을 빼앗아간 그녀가 눈에 곱게 들어 올 리 없다. 자신들의 브런치 모임에도, 연맹에 들어오게도, 자선바자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말에도 조소를 띄며 그녀를 따돌리는데, 힐리가 하는 연맹의 일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자선바자회를 열어 아프리카 유색인을 돕는단다. 지금 자신의 집에 있는 혹은 동네에 있는 유색인들을 말로,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그녀가 하는 선행이 바로 유색인 돕기이다. 이 아이러니한 여자는 입으로 여러 사람을 못살게 군다. 율메이는 힐리의 가정부로 있었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그녀는 결혼후 가정부로 일하면서 쌍둥이 아들을 잘 키워 대학에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가 평생 일하며 모은 돈은 한 아이의 학비밖에 될 수 없었고, 그녀가 스키터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인터뷰를 하기로 한 며칠 전에 교도소에 수감이 된다.. 아들의 입학금이 조금 모자란 그녀는 힐리에게 도움을 구했고, 힐리는 아주 모멸차게 거절한다. 율메이는 힐리의 루비반지를 훔쳐서 벌금으로 쌍둥이 학비를 모두 날리게 생겼고, 그 루비반지는 싸구려 석류석반지였다. 율메이의 수감으로 인해 유색인 가정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다며 나섰고, 백인 여자와 유색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라고 하지만, 글은 전혀 지루한 분위기가 없다. 오히려 조바심내어 읽다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아이빌린의 현명한 육아방법은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를 생각하게 하였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아이가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하는 그녀를 보면서 감탄했다. 옛날이야기..혹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당시의 이야기.. 지금과는 다른이야기.. 하고 생각을 하게 했지만 읽다보면 지금도 다르지 않은 여전한, 방식만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전히 우린 우리도 유색인이면서 흑인에게 보이지 않는 희미한 선을 긋고 있으며, 백인, 벽안의 눈을 가진 금발의 머리를 보며 선망의 눈빛을 보내지 않는가……. 두 권의 책을 읽으며 1권에서 2권으로 넘어갈때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이 빨리 넘어갔고 남은 책장이 줄어들면서는 현명한 아이빌린과 유쾌한 미니와 헤어지는 것이, 딸아이 같은 스키터와 아이빌린 없이  혼자 커야하는 미스 리폴트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책장을 일부러 천천히 넘겼다. 2012년 따뜻한 내용의 육아지침서를 잘 읽은 기분다. 


핵심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무엇이 자라는지 우리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p.256


“꼬마아가씨도 예쁘지요.” “아이빌린은 왜 색깔이 있어요?” “하느님이 색깔을 넣어서 만들었으니까요.”내가 말한다.“ 다른 이유는 이 세상에 없지요.” “테일러 선생님이 유색인 아이들은 똑똑하지 않아서 내가 다니는 학교에는 못 다닌댔어요.”나는 조리대에서 돌아선다. 아이의 턱을 들고 우스꽝스럽게 자른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저도 멍청해 보여요?” “아니요.” 아이는 자기가 정말로 진심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힘주어 속삭인다. 그런 말을 해서 미안하다는 표정이다.“ 그러면 테일러 선생님은 어떻다는 말일까요?” 아이는 열심히 듣는 것처럼 눈을 깜박인다.

“테일러 선생님이 항상 옳지는 않지요.” 내가 말한다. 아이가 내 목을 끌어안고 말한다. “ 아이빌린이 테일러 선생님보다 더 잘 알아요.” 그 말에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손에 든 잔이 넘친다.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다.-p.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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