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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풍경들
김원일 지음 / 작가 / 2007년 6월
평점 :
수백년 된 듯한 고목나무를 바라보며
수백년 동안 살아온 그 세월을 두 눈을 감고 느껴본다
힘들게 오늘을 사는 젊은이에게
어릴때나 젊은 때나 통과의례로 넘게되는
몸과 마음의 고생(실연까지 포함해)을 차라리 즐겨라.
이를 이겨내는 자에게는 하늘이 그 보답으로
성공의 길을 준비해 두고 있으니
부디 좌절하지 말고,용기를 잃지 말기를
목차를 지나 이 책의 맨 처음 만나는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의 마음이 스르르 무너졌다.
남편과 같이 지내지 못하는 시집살이의 고단함과
아이들의 엄마로써의 긴장감이 책 첫머리에 풀어졌다.
단상( 한자 )-첫 제목은 겨울의 꽃 수선화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봄은 3월이 되어야만 시작된다고 알고있지만
자연은 2월부터 그 꽁꽁언땅 아래에서 이미 봄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고 했다
나무나 풀뿌리에 청진기로 들어보면 수액을 빨아올리는
펌프질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표현을 했다.
그러면서 북풍한설을 이겨내고 추위 속에서
꽃을 피우는 수선화를 꽃 중의 꽃이라고... 고난은 기쁨을 예비한,
반드시 거쳐야 할 순리라는 말에 삶의 어려움을 즐길 힘이 생겼다.
두페이지 남짓되는 짧은 분량으로 자연에 비유한 인생의 어려움과 희망을
어떻게 이렇게 절절히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소설, 산문집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결혼 10년동안 육아책,교육서 아닌 다른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현실에 급급해서 오로지 책은 지식을 얻는 도구로써 사용했던 것이다.
육아서나 교육서는 무슨 시험문제지를 보듯
철두철미하게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바싹 긴장해서 본다.
아이에게 적용시켜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소올솔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내 마음을 맡긴채
작가의 기억들을 공유했다.
단상에 대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인생의 경건함과 애잔함을 느낄수 있는 여행에 대한 기억들, 고흐와 피카소의 너무나 상반된 인생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삶,
작가의 기억의 여행에 나도 동행하면서 낯선 곳을 여행하는 새로움이 있었다.
작가 본인이 표현한 자폐청년 시절의 말하기도 어려운 고통을 넘긴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자로서 그러한 시절 문학을 시작하게 된 시기와 배경등을
솔직하면서 담담하게 그려 세상살이 어려움과 깨달음을 직접 가르치진 않지만 암시적으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글이다.
또한 사진작가와 사진에 대해 작가가 가지는
폭 넓은 이해를 알 수 있는 글과 함께
한국전쟁100 장면에 쓴 글이란 소제로 서울,인공 치하 석 달이란 제목의 글이 있는데 나에게는 그 어떠한 다큐멘터리 보다 할아버지의 전쟁에 대한 증언보다
생생하게 전쟁의 참혹을 느낄 수 있었다.
7살 아이때 체험했던 전쟁을 더도말고 덜도말고
사실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데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 이런 부분이 있다.
문학가가 되는 길은 재력, 인맥,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로부터의 배움이 필요 없는 분야이다.
책이 스승이요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살아온 삶의 한 자락을 글로 풀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 힘입어 감히 올리기 부끄러운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