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빵 6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 토호쿠 지방 이와테현의 베드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가 주변에 사는 들새와 고양이, 먹거리, 풍경, 생활 등을 소재로 그려내는 야생의 삶,『토리빵』제 6권의 표지모델은 쇠박새이다. 앙증맞은 모습으로 크리스마스 리스에 앉아 있는 두마리의 모습이 정답기만 하구나.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토호쿠지방은 정말 춥구나. 코샤크춤을 추며 등장한 위의 정찰부대가 왔을 때는 -27˚C였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입춘이 지난 마당에 들이닥친 시베리아 한랭기단 본대는 무려 -40˚C라니욧. 거기가 무슨 북극입니까? 하고 묻고 싶어진다. 이러니 눈이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변해가는 모습도 가히 놀라웠던 게지. 유리창을 뚫을 정도로 뾰족해진 눈이라니, 나로서는 상상도 안된다. 물론 눈이 평펑 쏟아진 후 차지붕 위의 눈만을 치우지 않고 달리는 생크림차는 나도 종종 본적이 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요, 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마찰계수 한없이 0에 가까운 '더러운 녹말가루눈'은 그림이나 이야기만으로는 상상조차 안된다. 그래도 작품으로 읽는 나로서는 보는 것으로도 즐겁지만, 매년 그걸 겪어야 하는 삶이란...

그래도 강추위나 폭설도 적응한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피하는 방법이 있는 듯 하다. 안그럼 진즉에 그곳을 떠났을 테니까.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불편한 삶이고, 힘겨운 삶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는 것도 사람들의 능력일지도 모르지. 

 

6권에는 앞권에 등장했던 희귀조 시리즈가 이어진다. 4권에서 블랙스완이 나왔고, 그 앞에는 언제 나왔는지... 기억이 잘.... (^^; 아하핫, 궁금하시면 직접 찾아보시어요.) 이번에 등장한 희귀조는 오리와 무척이나 닮은 기러기와 우리나라에서는 낙동강 하구에서 볼 수 있는 물닭이다. 물닭은 발가락이 참으로 독특하게 생겼네... 물갈퀴가 있다곤 하지만 - 물에 사니 물갈퀴는 필수 - 내가 보기엔 그냥 닭발처럼 보이오. (궁금해서 직접 검색해 봤는데, 특이하게 생기긴 했다)

늘 등장하는 들새 중 역시 빠뜨릴 수 없는 건 히요짱과 츠구밍. 이번에 새롭게 알았는데 히요짱은 히요도리(ひよどり, 직박구리)에서 츠구밍은 츠구미(つぐみ, 개똥지빠귀)에서 따온 애칭이었구려. 푸핫, 내가 일본어로 새들 이름까지 알기엔 아직은... 멀었지요. 어쨌거나 요 녀석들의 먹이터 싸움은 여전하다. 게다가 츠구밍 내부분열사태까지!? 순한 화이트 츠구밍에, 거친 블랙 츠구밍, 거기다 뚱땡이 데구밍까지 합세. 먹이터 주변은 크고 작은 소란으로 늘 붐빈다.

이번 편에 등장한 익숙하지만 새로운 얼굴들 중에는 까마귀와 올빼미, 그리고 솔개등이 있다. 까마귀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까마귀의 높은 지능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선 불길하다고 여겨지지만 의외로 까마귀가 까치보다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머리도 좋고 귀엽기도 하다. 예전에 봤던 동물프로그램에서도 까마귀의 지능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새대가리란 표현은 이제 삼가는 게 좋을지도... 까마귀는 머리도 좋고 기억력도 좋기 때문이다. 너의 매력을 더욱 많이 발산해 줘.

올빼미와 솔개는 둘 다 맹금류에 속한다. 이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참새나 백조, 오리, 콩새, 쇠박새, 직박구리, 개똥지빠귀, 곤줄박이, 물까치는 대부분 곤충이나 열매등을 먹고 살지만 맹금류에 속하는 올빼미와 솔개는 철저히 육식성 조류다. 근데, 솔개가 식빵을 받아가다니욧. 혹시 T마츠 연못에 오면 그렇게 되나요? 라고 묻고 싶을 정도. 시력이 좋은 매종류가 식빵과 날아가는 새를 구별하지 못하지는 않을텐데, 신기한 일이로다. 덕분에 T마츠 연못에는 평화가 지켜졌을지도. (笑) 올빼미의 경우 5월 둥지떠나기 편이 나왔는데, 나도 티비에서 몇번 본적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새끼때는 정말이지 솜털이 보송보송해서 어찌나 귀여운지...

아, 정말이지 깨알같은 에피소드가 차고 넘치는『토리빵』. 등장하는 들새나 동물들에 큰 변화는 없구만요,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늘 새로운 것으로 넘쳐난다. 사람도 각각 개성을 가지고 있듯 새들도 똑같은 생김새처럼 보여도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신비롭고 신기한『토리빵』이다.

아참. 일본에선 『토리빵 대도감』이란 책이 출판되었던데, 혹시 번역판으로도 나오려나요? 이 작품 속에 엄청나게 많은 들새와 동물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사진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많은데 말이지요.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25+ 41p, 29p,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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