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내 마음은 부서질 거야 - 뉴 루비코믹스 1096
니시다 히가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보통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고 한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 나타나도, 아무리 멋진 사람이 나타나도 그 사람만이 눈에 보이게 되니까. 그건 아마도 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그렇겠지. 하지만 사랑과는 무관하게 원래부터 바보같은 사람도 있다. 아니 바보처럼 보인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들은 대개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어린애처럼 맘에도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감정에만 파묻혀 상대의 감정을 전혀 읽지 못하고 혼자서 방황한다. 혼자 삽질하고 있는 거지. 그러함에도 이들이 사랑스러울수 밖에 없는 건 진심으로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시다 히가시의『좋아하면 내 마음은 부서질거야』에는 총 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단편집이라 이야기가 너무 짤막짤막하긴 하지만 작가가 전하려 하는 메세지는 잘 전달된다. 한결같이 바보같지만 사랑스러운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첫번째 단편인 <SET ME FREE>에는 고교동급생이자 지금은 한 회사의 사장과 부하직원이 된 아리타와 테지마의 이야기이다. 테지마에게 있어 이런 악연이 또 있을까 싶은 아리타와의 관계는 늘 일방적이다. 아리타는 명령하는 사람, 테지마는 심부름꾼. 그런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지마는 아리타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림자처럼 묵묵히 곁을 지킨다. 따지고 보면 딱히 아리타가 테지마에게 이렇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할 일도, 테지마가 그 말을 따를 일도 없건만 테지마는 늘 변함이 없다. 그러함에도 오히려 애가 타는 건 아리타쪽이다. 그러니 아리타가 바보란 것이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함께 있었으면서 테지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좋아하는 아이에게 좋아한단 말도 못하고 늘상 괴롭히기만 하는 것처럼 그렇게라도 테지마와 가까이 있고 싶단 마음밖에 없었던 아리타. 만약 그 일이 없었더라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질수나 있었을까?

<ALL FOR YOU>는 럭비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이다. 자신의 영웅이었던 럭비의 신 진노를 따라잡기 위해 그가 거쳤던 길을 똑같이 가고 있는 타카하시는 이제 은퇴시기가 가까워온 진노의 경기를 보면서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의 삶의 목표였던 그가 은퇴한다는 말에 울컥해진 타카하시는 자신도 그만 두겠다고 해버리는데... 그러고 보면 타카하시에게 중요한 건 럭비가 아니라 진노였단 말씀. 늘 자신을 아이취급하는 진노에 대한 타카하시의 저돌적 사랑 고백이 유쾌했던 단편.

<Thrill or Sweet>은 회사원 미조구치와 그 회사의 경비를 담당하는 츠치다의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곧잘 농담도 주고받는 주제에 자신에게만 데면데면하게 구는 츠치다를 보면서 묘하게 열받는 미조구치.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술을 마시게 되고, 그날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묵하면서도 날카롭게만 보였던 츠치다의 변신에 빵터지고 말았던 단편. 급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런 고백이 나오는구나.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20℃의 애정>은 어찌 보면 좀 황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는데, 역시나 작가 특유의 유머코드로 유쾌하게 읽었던 작품이다. 말을 직격으로 던지지 못하고 빙빙 돌려서 하는 야스다나 가만 안둔다, 안둔다 그러면서도 그런 야스다를 그냥 내버려두는 타츠미나 똑같은 바보. -20˚C는 이들이 냉동고 안에 갇혔기 때문에 제목이 그렇게 지어진 듯.

<KING>은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너무 짧아서 왜 둘이 그런 관계가 되었는지 여전히 미궁인 작품. 나쁘진 않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그렇게 되나 싶네.

표제작인 <좋아하면 내 마음은 부서질거야>는 리맨물이다. 무능한 직원으로 점찍혀 상사 오오시의 미움을 고스란히 받는 야마자키는 어느 날 오오시의 커다란 비밀을 입수하게 된다. 그걸 약점으로 삼아 앞으로 좀 편하게 지내볼 생각이었으나, 오오시의 의외의 모습에 여러번 놀라고 마는 야마자키였다. 결국 약점을 쥐려다 사랑에 덜컥 빠진 게지. 뭐 이런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 수 있겠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일은 잘 하고 있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바보같은 인물들이랄까. 상대방이 너무 소중해서 오히려 그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는 바보, 이제까지 가졌던 감정이 호감인지 아닌지도 몰랐던 바보,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 전전긍긍하면서 오히려 어색하게 구는 바보 등 다양한 바보들이 등장한다. 사랑을 함에 있어 약지 않았단 건, 반대로 순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만, 과연 어떨지.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이나 상대의 감정을 읽는 데에 둔한 바보였을지도!? 그래도 그들은 사랑스럽다.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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