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벤 8 : 토호쿠 편 2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8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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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시코쿠와 츄고쿠, 간사이, 홋카이도를 지나 토호쿠 지방의 에키벤을 맛보며 기차여행을 하고 있는 다이스케는 프랑스 아가씨인 크리스티나와 동행중이다. 이번에 그들이 여행하게 된 곳은 토호쿠 지방중에서도 태평양쪽에 위치한 곳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대지진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하다) 

 

미야코란 역명을 들었을 때는 나도 헤이안 시대의 수도를 뜻하는 미야코를 떠올렸지만 한자가 헤이안 시대의 미야코는 都, 토호쿠 지방의 미야코는 宮古라 쓴단다. 하여튼 일본어는 동음이의어가 너무 많단 말이지. 이곳에서 눈에 띄는 에키벤은 당연히 '딸기 도시락'이다. 딸기란 말이 있어서 싱싱한 과일을 떠올렸건만, 땡! 여기에서의 딸기는 성게알을 삶은 것을 말한단다. 성게알을 삶으면 그 알이 탱글탱글해져서 꼭 노란 산딸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성게알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다지 상상이 안된다. 미야코역의 두번째 에키벤인 '바닷가 전복의 짝사랑'은 말그대로 전복 도시락이지만 청어알 조림이나 연어알도 풍성하게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복을 별로 안좋아해서...

이와테 누마쿠마이의 에키벤은 우마쿠나이~~ (うまくない우마쿠나이)란 말장난이 재미있다. 우마쿠나이는 맛없다는 표현이지만, 실제론 우마이(うまい~~) 이곳의 유명한 에키벤은 사나에 할머니의 찰밥 도시락. 대나무 껍질 도시락 상자안에 찰밥과 다양한 반찬이 가득 들어있다. 저렴하면서 건강에도 좋은 도시락이란 느낌이 든달까.

일본의 동화작가로 유명한 미야자와 겐지의 고향인 하나마키 근처는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을 비롯해 미야자와 겐지가 <은하철도의 밤>을 쓸 때 영감을 얻었던 옛교각도 있다. 이곳의 유명 에키벤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명에서 따온 '주문이 많은 요리점'과 이와테의 브랜드 돼지고기로 만든 '백금 돼지'가 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의 경우 계란을 빼고는 모두 채소 반찬이다. 채식주의자였던 겐지를 위한 도시락이 이런 느낌일까. '백금 돼지'의 경우 백금이란 표현때문에 화려할 것 같지만 의외로 소박한 돈까스 도시락이다. 밥을 다 덮을 정도의 돈까스 도시락이랄까. 음, 맛있겠다.

이치노세키역의 히라이즈미 요시츠네와 센다이역의 해산물 츠네나가 도시락, 독안룡 마사무네 도시락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전국시대의 무장이름에서 유래한 도시락이다. 이상하게도 무장들의 이름은 뭔가 거한 느낌이 든다니까. (笑)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그렇게 거한 도시락은 아니다. 히라이즈미 요시츠네의 경우 호두 영양밥이 특색있고, 해산물 츠네나가 도시락은 사사카마보코와 고래양념튀김이 들어가 있는 게 특징적이다. 독안룡 마사무네 도시락은 세가지 주먹밥이 들어 있는데, 왠지 무장과는 잘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소박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맛은 꽤 좋을듯한 느낌이 든다.

오히려 화려한 느낌을 주는 도시락은 케센누마역의 '황금용의 바다밥'과 '뱃줄도시락'이었다. 그림상으로 보기에도 좀 거한 느낌이랄까. 특히 '황금용의 바다밥'은 상어 요리가 들어있는데, 케센누마가 예로부터 상어잡이와 참치잡이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렇단다. 쳇. 내가 사는 지방은 내륙지방임에도 불구하고 상어를 많이 소비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상어를 돔배기라 부르며 젯상이나 잔치상에 올리곤 한다. 하지만 난 샥스핀은 질색이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위해 상어의 지느러미만 잘라서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미식을 위해 먹는 것치고는 상어가 치뤄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느러미가 없는 상어는 산채로 바다에 버려져도 곧 죽을 수 밖에 없다)

토호쿠 2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야마가타역 '붉은 꽃의 고향'은 일본식 도시락답단 느낌이 강하고 '소고기밥'은 소고기가 대부분을 차지해 반찬수는 적어도 오히려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일본식 도시락은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찔끔찔끔 담겨진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다고 할까나. 보기엔 멋지지만 먹을 땐 의외로 손가는 게 적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난 오히려 일품식에 가까운 도시락이 더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은 철도 이야기와 도시락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지만 늘 그렇듯 난 에키벤에 더 주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철도나 기차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 물론 기차를 타는 건 좋아하지만 - 그렇겠지. 아니 그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笑) 뚱보 식신 다이스케와 미녀 식신 크리스티나의 토호쿠 여행은 주욱 이어진다. 다음 편까지. 다음편에서도 맛있는 에키벤 기대할게요~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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