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 모그 - 3~8세, 개정판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2
주디스 커 글.그림, 최정선 옮김 / 보림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고양이라. 도대체 어떤 것을 그렇게 잘 잊어버리기에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 표지를 보면 "난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시침 뚝 떼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모그.
모그! 혹시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잊어 버린거야? (笑)


모그는 갈색 줄무늬에 얼굴 중앙에는 밀가루를 묻혀 놓은 듯한 동그란 얼룩이, 그리고 가슴에는 에어프런이라도 두른듯한 흰 털이, 그리고 네 발에는 하얀색 발목 양말을 신고 있는 아주 귀여운 고양이이다. 모그가 사는 집에는 총 네 명의 사람이 있다. 토마스 아저씨와 그의 부인, 그리고 아들딸인 데비와 니키. 이렇게 총 다섯식구가 한 집에서 살고 있다.


모그는 늘 무언가를 잊고 산다. 저녁을 다 먹은 것도 잊어 버리고, 그루밍을 하다가 마저 남은 다리의 그루밍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새가 날아가면 자신에겐 날개가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뛰다가 떨어지는 실수도 한다. 또한 모그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고양이 문의 존재도 가끔 깜박깜박한다.


그렇다보니 허구한 날 고양이 문대신 창문에 붙어서 들어가게 해달라고 야옹야옹 운다. 누가 그곳에 있으면 몰라도 아무도 없을 때는 사람이 올 때까지 울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아빠가 예쁘게 가꾼 화분의 꽃이 꺾이는 일도 자주 있다. 그런 아빠는 "성가신 고양이 녀석" 이라고 하지만 데비는 모그가 착하다고 모그 편을 들어 준다.


모그는 또 아침 식사 시간에는 우유만 먹어야 하는 것을 깜박하고는 니키의 달걀을 먹어 치운다. 사실 이 집에서 달걀은 모그가 상을 받을 때만 먹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토마스 아저씨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성가신 고양이 녀석!" 이라고. 물론 데비는 또 니키는 달걀을 싫어하니 괜찮다고 모그 편을 들어준다.


어느 날 모그는 밖에 외출을 나갔다가 커다란 개에게 쫓겨 집으로 황급히 달아난다. 또 고양이 문의 존재를 잊어버린 모그는 창틀에서 시끄럽게 야옹야옹하고 운다. 엄마는 갑자기 나타난 모그에게 놀라 완두콩을 쏟아버리게 된다. 엄마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성가신 고양이 녀석!" 이라고. 하지만 데비는 모그 잘못이 아니라며 모그의 편을 들어준다.  


모그는 낮잠을 자기 위해 자기 의자에 올라갔지만 그 위에는 엄마의 모자가 있었다. 깔고 자버려서 모자의 형태가 아주 찌그러지자, 엄마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성가신 고양이 녀석!" 데비는 엄마에게 모자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모그 편을 또 들어준다.


모그가 저녁에 졸려서 따뜻한 티비 위로 올라가서 잠을 청하려는데, 모그의 꼬리가 그만 티비 화면을 가려버렸다. 아저씨는 권투 중계를 보고 싶었는데, 그만 모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저씨의 시청을 방해해 버린 것이다. 아저씨는 또다시 이렇게 이야기한다. "성가신 고양이 녀석!"

모그는 아저씨에게 혼이 나고 풀이 죽어서 데비가 자는 방으로 가지만, 자신의 몸무게를 생각지 않고 데비 위에 앉아 있다가 그만 데비가 가위에 눌리게 하고 만다. 데비는 엄청나게 큰 호랑이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핥고 있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놀란 데비가 울음을 터뜨리자 가족들이 모두 달려오고, 엄마와 아빠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성가시고 성가시고 성-가-신 고양이 녀석"이라고 소리를 지른다. 모그는 깜짝 놀라 밖으로 나가 어두운 곳에 숨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헀다. 이 집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런 모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부엌에 켜진 불빛이었다. 자신이 왜 밖에 나와 있는지를 또 깜박 잊어버린 모그는 창문에 붙어서 문을 열어달라고 야옹야옹거렸다. 그런데 부엌에 있는 사람은 가족이 아닌 도둑이었다. 모그의 야옹소리에 도둑을 잡게 된 것이다. 모그는 경찰 아저씨에게 칭찬을 받고, 근사한 메달도 받았다. 그리고 맛있는 달걀을 매일매일 먹게 되었다.

모그는 항상 무언가를 잊고 사는 듯 하다. 그래서 때로는 사람을 성가시게 하기도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어쩌면 이것은 사람의 입장에서 모그의 행동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인지도 모른다. 고양이의 성격은 어찌 보면 좀 무심한 듯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야옹거리는 것은 밥 먹은 것을 잊어 버린 것이 아니라 아직 배가 고프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나뭇가지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사냥 본능에 충실하다 보니 앞뒤 생각안하고 뛰어올랐다가 그랬을 수도 있다. 고양이문은 사용하기 귀찮아서 쓰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창턱에서 야옹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엄마의 모자는 일부러 망가뜨리려한 게 아니라 자신의 낮잠 의자 위에 우연히 모자가 있어서 그랬던 것 뿐이고, 티비 위에서 자는 것은 일부러 아빠의 티비 시청을 방해하기 위함이 아니라 티비위가 따끈따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비위에 올라가 데비의 머리카락을 핥았던 것은 그저 자신의 사랑의 표현이었을 뿐인데,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두 고양이가 일부러 저런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모그의 묘생 역전! 뭐, 따지고 보면 소 뒷걸음 치다 쥐 잡는 격으로 도둑을 잡은 것이긴 하지만, 이로써 모그의 위치기 상당히 상향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상으로만 받던 달걀을 매일 아침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사실 반려동물을 기르다 보면 종종 아~ 성가셔, 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이는 동물과 사람의 행동의 패턴 차이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인데,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반려 동물을 보기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그도 엄마 아빠에게 그렇게 보여진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모그를 고양이 그대로 봐주는 것은 데비나 니키처럼 어린아이들 뿐 일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이다 보니 자신들처럼 장난꾸러기같은 모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나도 개와 고양이를 기르지만 때때로 성가시단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돌려 생각해 보면 그것은 동물들의 의사 표현일 뿐, 일부러 사람을 귀찮게 하려고 마음먹고 하는 일은 아닐 때가 많다. 때로는 서로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본문에는 페이지 표기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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