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양이 마투
에릭 바튀 글 그림,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표지의 빨간색 고양이가 인상적이다. 그래서 이 고양이의 이름도 빨간 고양이 마투다.
작고 어여쁜 새알을 앞발로 잡고 있는 마투의 모습. 마투는 금방이라도 먹을 것처럼 입맛을 다신다.
과연 이 작고 여린 새알은 마투의 입속으로 그냥 들어가 버리게 될까?


마투는 새알을 먹어 버리는 대신 부화시켜 새끼 새가 나오면 먹으려고 결심한다. 마치 어미 새가 알을 품듯 포근하게 알을 품고 있는 마투의 모습. 한쪽 눈을 살며시 뜬 모습은 도대체 아기 새는 언제쯤 부화할까, 하고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작고 귀여운 아기새가 태어났다. 마투는 정말 아기새를 잡아 먹을까? 하지만 마투는 좀더 키워서 잡아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마투는 해바라기씨와 밀알을 먹이며 아기새를 키운다. 정성스레 한 알씩 입에 넣어주는 모습이 어미새가 부리로 먹이를 먹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마투의 얼굴에서 보여지는 온화한 미소는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새는 마투가 주는 먹이를 먹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났다. 언제쯤 잡아 먹을까를 생각하던 마투였지만, 새는 날개짓을 힘차게 하면 포르르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마투는 달릴수는 있어도 날 수는 없었다. 포기하려는 찰나, 새가 다시 날아와 마투의 꼬리에 앉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마투와 새는 무슨 생각을 할까. 결국 마투는 새를 잡아 먹기를 포기하고 새의 친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마투와 새의 모습이 너무나도 다정하다.


그러나 점점 날씨가 추워지고 새는 겨울을 따스한 곳에서 보내기 위해 마투에게 인사를 하고 날아간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추운 겨울을 혼자 보내며 다른 새들의 모습을 봤지만 마투의 친구인 새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봄이 되어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지만, 마투의 친구 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잔뜩 실망한 마투.


그때, 마투의 귓가에 들리는 지저귀는 소리, 친구 새가 돌아왔다. 게다가 가족을 모두 데리고. 이제 마투는 외롭지 않다. 친구새의 가족과 함께 발길 닿는 대로 갈 수 있기에...

오늘 티비에서 종을 초월한 우정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외톨이 암사자가 오릭스(영양의 일종)의 새끼를 돌보고, 코끼리와 개가 친구가 되고, 오랑우탄과 개가, 거북이와 하마가, 고양이와 까마귀가 친구가 되어 서로 장난치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았다.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벅찬 감동을 받았다. 사실 사자와 오릭스라면 자연에서는 천적관계이고, 고양이와 까마귀도 천적관계이다. 그래도 보통은 포식자와 피식자가 되지만 이렇게 종을 초월해 서로를 믿고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적같은 일일런지도 모른다.

빨간 고양이 마투도 마찬가지이다. 새알을 먹을 수도 있었고, 부화한 아기새를 먹을 수도 있었고, 다시 돌아온 새를 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마투는 새와 친구가 되었다. 새가 마투를 믿지 않았다면, 마투가 새를 잘 돌보아 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우리 인간은 어떤가. 같은 종인 인간사이에도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이라 차별하고, 부자는 가난한 자를 차별하고 능력있는 자는 능력없는 자를 차별하고 짓밟는다. 우리가 한낱 미물이라 생각하는, 인간보다 지능도 낮고 본능에만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동물들이 때로는 인간보다 더 나은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마투의 이야기는 상상으로만 그려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다른 종일지라도, 천적관게일지라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우정관계는 만들어 질 수 있다. 나와 좀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 마투는 우리에게 이것을 보여주고 싶은 게 아닐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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