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맨 The SandMan 2 - 인형의 집 시공그래픽노블
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샌드맨 제 2권의 소제목은 인형의 집.
제목만을 보면 소녀적 취향의 제목이지만 실상 그 내용은 그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예상하던 바이지만... 샌드맨 1권은 꿈의 영토의 주인인 모르페우스의 유폐와 그이후 그가 자신의 힘을 되찾고 자신의 영토를 재구축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따라서 그 내용은 모르페우스가 가진 힘과 그 힘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의 비극적인 결말들을 보여 주고 있었다면, 2권은 모르페우스란 영원의 존재의 숨겨진 이야기랄까, 그의 과거 혹은 감춰진 비밀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소제목인 인형의 집은 이 책 자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기 보다는 어떤 연결고리로서 나올 뿐이다. 앙증맞은 인형의 집을 상상하신 분이라면 얼른 그 생각 거두시길...

2권을 펼치면 일단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의 페이지인데, 호러 소설의 대명사인 클라이브 바커의 추천글이 바로 그것이다. 피의 책이나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을 읽어 본 사람이나 헬레이저란 영화를 본 사람이면 그가 누군지 바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왠지 득템한 기분이랄까? (笑) 또한 1권을 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권의 스토리를 간추려 놓은 페이지도 있어 1권을 보지 않고 2권부터 봤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왠 부족이 등장한다. 이거 뭐지?라고 궁금해 할 수도 있겠지만, 걱정마시라. 다 모르페우스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한 부족의 남자들에게 전설처럼 내려 오는 이야기인 나다와 카이쿨의 이야기는 모르페우스의 이야기이다. 모르페우스의 과거랄까, 아니면 모르페우스가 마음 속 깊이 감춰둔 인간적인 면을 확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랄까. 사실 이 이야기가 다른 부분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비록 프롤로그 부분이긴 하지만...

영원의 존재를 사랑하게 된 한 여인. 그 영원의 존재도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걸 알고 있다. 스스로를 희생한 나다를 보면서, 만약 다른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인간이라면 영원성을 보장받는다는 것에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희생시키지 않았을까.

그후에 전개되는 인형의 집은 몇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르페우스의 동생 욕망이 친 장난을 비롯해 모르페우스와 그의 누나 죽음 사이의 내기, 연쇄살인범이자 수집광들의 이야기와 모르페우스의 수하 난폭과 덩어리의 이야기 등이 나오는데, 이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야기이며, 인형의 집 에피소드 전체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로즈는 1권에 나왔던 킨케이드의 손녀이며, 난폭과 덩어리가 만들어 낸 가짜 꿈의 영토는 로즈의 동생 제드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또한 모르페우스가 인간계에 소환되어 있던 70여년의 세월동안 없어진 뱃사람의 낙원이나 코린트인등은 로즈와 제드와 연관이 되며, 이 에피소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여러 에피소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라 너무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찬찬히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이 한번에 풀리게 되어 있다.

사실 어찌보면 로즈가 소용돌이란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나머지 에피소드도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특히 모르페우스와 그의 누나 죽음이 벌인 내기란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걸로 기억한다. 인간은 유한의 존재이지만 영원을 꿈꾼다. 모르페우스가 그에게 준 건 영원에 가까운 삶.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스스로 조금 늙기만 했을 뿐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그. 그러나 그는 여전히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사실 오래 살면 오래 살수록 점점 더 현명해지고 진화할 것이란 그의 생각은 전혀 맞지 않았다.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 에피소드였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역시 가장 좋았던 건 모르페우스의 마지막 이야기일지도. 모르페우스는 영원의 존재이긴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던 대사였달까.

뒤에 나오는 수집가들의 이야기는 연쇄 살인범들의 이야기이다. 잔인한 장면 묘사는 거의 없지만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소름끼치도록 오싹했던 에피소드였는데, 뭐 이들은 요즘 흔히들 말하는 사이코패스들이 아닐까. 억압된 자아와 억압된 성적 욕구가 만들어 내는 살육이라... 도저히 내 정신 세계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 나름의 미학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미친 놈들 뿐이더이다. 사실 이 미친 인간들이 중요한 건 아니고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코린트 인이란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들이 등장한게 아닌가 싶다. 코린트 인 역시 헛된 꿈을 인간들에게 심어준 존재이니까.

꿈이란 것은 사실 다채롭다. 개개인들이 꾸는 꿈은 그들의 살아온 삶과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공포가 된다. 꿈은 꿈일때 가장 아름다운 게 아닐까. 물론 아름답지 않은 꿈도 있겠지만. 사람의 무의식의 영역중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꿈. 모르페우스의 말처럼 인간이 더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재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영원의 존재이나 인간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인 그들. 하지만 인간들 역시 그들이 존재하기에 삶이 더 다채로워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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