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온 소년 1
나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달이란 어둠을 밝혀 주는 존재이다. 어두운 밤길 가로등조차 비치지 않는 곳을 달빛에 의지해서 걸어가 본 적이 있는가. 난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성장했지만, 할머니댁은 시골이었던 탓에 밤에 밖에 나가려면 플래시가 필수였다. 하지만 내 발밑만을 비추는 플래시 불빛은 내 주위를 감싸는 어둠을 더욱더 짙게 만들뿐이었다.
오히려 보름달처럼 달이 가깝고 큰 날은 플래시 없이 나갔을 때, 어둠에 일단 눈이 익숙해지면 다니기가 수월할 정도였다.

달빛은 태양광과는 달리 어스름하다.
또한 모양이 일정한 태양과는 달리 차고 이지러지고....
항상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는 그랬다, 달은 변덕쟁이라고.
내가 달이란 단어에서 받는 느낌은 대충 이런 정도이다.

나예리의 달에서 온 소년의 표지를 보면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달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서있다. 달에 비하면 어두운 느낌이 강한 이 사람. 표지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1권밖에 출간되지 않은 책이라 1권만 가지고는 사실 이러쿵저러쿵 말을 꺼내기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작가의 의도가 아직 완전하게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의 전개구조도 생각하기에 따라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 이러한 이상 1권에 대한 이야기만 해보자면 일단은 안나라는 소녀의 성장기, 그리고 이복(일수도 아닐수도 있는) 오빠와의 관계, 그리고 행방불명된 안나의 아빠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아빠의 것으로 보이는 점퍼를 입고 있던 아이의 등장으로 인한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확실히 피를 나눈 사이인지 아닌지에서 나오는 어색한 분위기. 아마도 아론쪽에선 감추고 있지만 안나에 대해 남매이상의 관심이나 마음을 둔 듯한 느낌도 든다. 게다가 찬섭이란 안나 친구의 등장은 얼핏 BL삘이 난다. (나중에 보니 아론은 그쪽인듯하지만...)
일단 1권은 여러 등장 인물의 관계와 그 속에 감춰진 비밀들을 언급하는 부분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섬세한 그림과 심리 묘사. 그리고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는 다음권에 대한 기대치를 가득하게 하지만 아쉽게도 2004년이후 2권은 출간되지 않았다. 무척이나 안타깝고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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