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 누각 - 뉴 루비코믹스 198
미즈카미 신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미즈카미 신의 몽환의 누각은 총 4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그중 세 개가 시대물이고 하나는 현대물이다. 보통 이런 식으로 시대가 섞여 있으면 한가지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지만, 몽환의 누각은 전체적으로 꽤나 잘 어우러졌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가볍고 유머스러운 것부터 무겁고 음울한 성향의 작품까지 꽤나 다양한 느낌을 받았다.

표제작인 몽환의 누각은 경극 배우와 환관의 양자가 주인공인데, 경극하면 패왕별희가 먼저 떠오르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비록 그 특유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분장과 의상으로 무척이나 눈이 즐거웠다. 사면초가라는 고사성어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세이죠와 히엔의 사랑의 도피에 대한 내용과 적절하게 섞어서 잘 활용한 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이 작품이었다.

둘만의 하렘은 시대물이지만, 가볍고 유쾌하다. 4개의 단편중 가장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푸핫하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특히 주인공 두 사람과 수행인들이 별장으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 말까지 얼굴이 빨개진 장면은 그냥 웃음이 터져 버릴 정도였다.

각오하지 못하겠냐!는 현대물로 형사와 야쿠자 아들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가 무척이나 유쾌했는데, 특히 단의 활약상이 눈부셨다. 하지만 성질머리는 있어서 이사미는 육법전서를 많이 비축해 둬야 할 듯. 형사와 야쿠자 아들의 묘한 조합이란 것도 재미있지만, 두 사람 사이의 티격태격이 마치 만담과도 같아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다.

파멸의 저택은 제목만큼이나 무겁고 음울했다. 앞의 세편과는 달리 유머 코드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작품이었는데, 한 작가의 작품, 그리고 한 단편집에 실린 작품이라 해도 성향이 너무나도 달라 깜짝 놀란 작품이었다.

둘만의 하렘을 제외하고는 아버지와 아들의 좋지 않은 관계가 전면적으로 대두되고 있어 흥미를 끈다. 몽환의 누각은 환관 아버지와 양자, 파멸의 저택은 당주와 양자의 관계인데, 두 작품 다 아버지를 살해한다는 설정이다. 양자든 친자이든 어쨌든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를 죽인다는 설정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특히 파멸의 저택같은 경우 아버지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 즉 자신이 가질 수 없어 죽여버린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 있었다. 각오하지 못하겠냐는 아버지의 강요로 자식 역시 아버지의 뒤를 따르게 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둘 다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은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못한채 그대로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대물이란 설정에 자연스런 웃음 코드와 수위 높은 H씬, 그리고 한편으로는 무겁고 음울한 기운까지 만화책 한 권에서 굉장히 다양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던 몽환의 누각. 아직 미즈카미 신의 만화는 처음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다른 작품도 이런 분위기라면 틀림없이 내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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